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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위한 여행

따사로운 봄볕이 가득한 섬진강길 17번 국도

봄이라는 계절에 가장 먼저 달려가고 싶은 곳이 바로 섬진강이다. 봄의 서막을 여는 황금빛 산수유를 시작으로 눈송이 같은 벚꽃, 주홍빛 철쭉이 앞다퉈 만개하기 때문이다. 바람에 댓잎이 사그락사그락 부딪치는 소리에 마음이 한결 차분해지고, 넉넉한 인심처럼 흐르는 찬연한 물빛에 두 눈이 맑아진다. 섬진강 물길 따라 흐르는 17번 국도는 본래 경기도 용인부터 전남여수를 남북으로 길게 잇는 길이다. 그중 곡성부터 구례를 지나는 구간의 풍광이 백미로손꼽힌다. 

 

자동차가 다니는 17번 도로와 자전거 도로, 증기기관차가 지나는 철로, 섬진강 둘레길까지 저마다의 매력을 품은 여러 길이 어우러져 꿈결 같은 봄 풍경을 연출한다. 특히 철로를 따라 붉은 철쭉이 일제히 꽃망울을 터트리는 5월에는 1년 중 가장 매혹적인 섬진강을 만날 수 있다. 그 때문에 17번 국도는 한 번에 쭉 내달려도 좋지만, 중간중간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우고 마음이 평온해지는 풍광을 눈에, 마음에 깊이 담아 가기를 권한다.

 

곡성 읍내로 진입하기 전, 하늘로 쭉 뻗은 메타세쿼이아 길이 나온다. 영화 <곡성>에서 주인공 종구가 딸 효진을 오토바이에 태우고 환하게 웃으며 달리던 장면을 촬영한 곳으로 유명세를 탄 길이다. 800m에 이르는 비교적 짧은 거리지만, 양옆으로 심어진 아름드리나무는 싱그럽기 그지없다. 읍내를 지나면 증기기관차와 레일 바이크를 체험할 수 있는 섬진강 기차마을이 나온다. 침곡역에서 가정역까지 약 5km 거리를 레일바이크를 타고 섬진강변을 달리거나, 가정역까지 느릿하게 운행하는 증기기관차로 여유롭게 둘러봐도 좋다. 좀 더 여행의 속도를 늦추고 싶다면 자전거를 빌려 타는 방법도 있다. 향기로운 풀 향기와 보드라운 바람을 기분좋게 들이마시며 그동안 미뤄둔 야외 활동의 즐거움을 두루 느낄 수 있다. 섬진강 기차마을을빠져나오면 옛 전라선 철길과 나란히 섬진강을 따라 달리는 17번 도로가 이어진다. 국내에서 22번째 국가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섬진강 침실습지는 맑은 강물과는 또 다른 자연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는 명소다. 

 

아이와 함께한 드라이브 여행이라면 도깨비 전설을 테마로 조성된 섬진강 도깨비마을에 잠시 들러도 좋다. 각종 도깨비 조형물과 전시관, 인형극 등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체험 거리를 즐길 수 있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강물 따라 17번 국도를 달리다 보면 어느새 구례에 닿는다. 구례 읍내까지 이어진 강변도로를 달린 후 냉천교차로에서 18번 국도로 접어들면 지리산을 대표하는 사찰 화엄사가 멀지 않다. 탐방로를 따라 이어지는 숲길을 호젓하게 걷다 보면, 화사한 봄꽃으로 가득한 섬진강과는 또 다른 첩첩산중이 주는 고요함이 마음을 차분하게 다독인다.